[동아일보 행복나눔] “좋아하는 음악을 직업으로”… 장애 예술인의 학교이자 직장
등록일 : 2026-08-27
[행복 나눔] 사회적협동조합 아인스바움
2009년 통합 오케스트라 결성… 단원 95% 장애-경계선 지능인
국내외서 연 600회 이상 공연
장애학생에 무상으로 악기 레슨… 교육-고용 연계해 음악가 양성

이현주 아인스바움 사회적협동조합 대표(앞줄 오른쪽)와 아인스바움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악기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아인스바움 오케스트라에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연주자들이 함께 활동한다. 아인스바움 사회적협동조합 제공
“아인스바움(Eins Baum)은 독일어로 ‘하나의 나무’라는 뜻입니다. 다양한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이 오케스트라에서 한마음으로 활동하자는 의미를 담아 이름을 지었습니다.”
이현주 아인스바움 사회적협동조합 대표(51)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배우고 공연하며 서로 차이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게 중요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아인스바움 사회적협동조합은 2009년 장애인·비장애인 통합 오케스트라로 출발해 장애 예술인의 교육·공연·고용까지 연계하는 조직으로 성장했다.
● “음악으로 장애인-비장애인 한자리에”
평소 음악에 관심이 많았던 이 대표는 장애인이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자리를 만들기 위해 오케스트라 창단을 결심했다. 그는 “어렸을 때 같은 반이었던 발달장애인 친구가 ‘그때 자신의 옆에 있어줘서 너무 고마웠다’고 말한 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며 “장애인이 일상을 좀 더 활기차게 살 수 있고, 사람들이 모일 수 있도록 해주는 매개체가 음악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아인스바움 오케스트라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하나의 연주단으로 활동한다. 매주 한두 번씩 모여 합주하고 장애인과 경계선 지능인에게는 여행, 외부 활동 등 사회 적응 훈련도 제공한다. 단원은 초중고교 학생과 성인 등 약 100명으로 장애인 75%, 경계선 지능인 20%, 비장애인 5%로 구성돼 있다.
장애 학생과 경계선 지능 학생을 위한 음악 교육도 병행해 악기 레슨을 무상으로 제공한다. 음악가가 되고 싶어 하는 학생을 대상으로는 연주가로 키워 아인스바움 오케스트라에 영입하기도 한다. 이 대표는 “영입할 때 가장 중요한 건 학생 본인이 음악을 좋아하는지, 많은 사람과 어울리는 것이 성향에 맞는지 여부”라며 “학생, 보호자와 대화를 많이 나누고 단원 영입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2013년부터는 다양한 지역의 장애인 예술단체 창단 지원과 자문 활동도 하고 있다.
국내외 다양한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2023년부터 매년 제주국제관악제에 참여하고 있으며 월 60회, 연간 600회 이상 공연한다. 해외 오케스트라 협연 등 국제 교류 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 2015년부터 라오스, 베트남, 러시아, 대만 등으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또 학교와 교육지원청 연계 프로그램 등을 통해 음악을 활용한 장애 인식 개선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발달장애인이 마칭밴드에 포함된 점을 인정받아 내년 아시아태평양 국제관악제에 초청받기도 했다.
● 장애 예술인에게 진학, 취업 기회까지 제공
장애 예술인이 활동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교육, 연주, 일자리가 연결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아인스바움 오케스트라는 2023년 아인스바움 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해 공연단을 넘어 문화예술 교육, 장애 인식 개선, 장애 예술인 육성 등을 아우르는 단체로 역할을 확장했다.
2024년에는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도 받았다. 이 대표는 “경계선 지능 학생과 발달장애 학생이 취업하면 근무하느라 중요한 공연에는 참여하지 못할 때가 많았다”며 “하지만 이들의 일은 인형 눈 달기, 카페 청소 같은 단순 반복 업무가 대부분이어서 가장 좋아하는 음악을 직업으로 삼도록 돕고 싶었다”고 말했다.
아인스바움 오케스트라는 2022년 제6회 전국 발달장애인 음악축제(GMF)에 참가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GMF는 음악적 재능을 가진 발달장애인을 발굴·육성하고 무대 경험을 제공해 진학, 취업, 창업 등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음악 축제다.
SK이노베이션은 GMF를 기획하고 지원한다. 올해 10회를 맞은 GMF의 누적 예선 참가자는 326개 팀, 발달장애 연주자만 3313명에 달한다. 누적 관객도 4만 명이나 된다. 참가자 35명이 음대에 진학했고 105명은 취업, 사회적기업 창업 등으로 진출했다.
2023년에는 미국, 2024년과 지난해에는 헝가리로 활동 무대를 넓혀 발달장애인 음악인에게 국제 무대와 교류의 기회를 제공했다. 이 대표는 “GMF는 전국에서 발달장애인을 위한 음악 행사 중 가장 큰 축제”라며 “GMF에서 장관상을 수상한 뒤 아인스바움 오케스트라의 인지도가 눈에 띄게 높아졌고, 세상으로 뻗어 나가는 원동력이 됐다”고 했다.
김우경 SK이노베이션 PR실장은 “GMF는 발달장애인의 재능과 가능성을 발굴해 무대 경험을 제공하고 진학, 취업 등 개인적인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협력을 바탕으로 발달장애 음악인의 자립에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