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행복나눔] 중고 스마트폰으로 만든 ‘검안기’, 개도국 4만 명 실명 막았다
등록일 : 2026-07-31
중고 스마트폰으로 만든 ‘검안기’, 개도국 4만 명 실명 막았다
[행복 나눔] 눈 건강 관리 플랫폼 ‘아이라이크’
중고 스마트폰 활용한 안저카메라
실명 일으키는 눈 질환 조기 발견… 치료 연계-사후 추적까지 가능해져
기존 검진기기 50분의 1 수준 가격… 의료 인프라 열악한 곳에 적극 도입
[사진설명1] 아이라이크(EYELIKE)’ 디지털 검안기를 활용해 김윤승 랩에스디 대표의 안저이미지를 촬영하는 모습. 행복나래 제공
[사진설명2]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랩에스디는 중고 스마트폰의 카메라 렌즈를 활용해 눈 안쪽 망막을 촬영할 수 있는 ‘아이라이크(EYELIKE)’ 디지털 검안기를 개발했다. 인도 현지 의료진이 ‘아이라이크(EYELIKE)’ 디지털 검안기를 활용해 안구 속 뒷부분인 안저를 촬영하고 있다. 행복나래 제공
“의료 취약지 주민의 실명을 예방하려면 외부 의료진이 일회성으로 방문하는 것보다 현지 보건 인력을 최대한 활용해 검진과 진료 연계 시스템을 안착시키는 게 효과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눈 건강 관리 플랫폼 개발을 결심한 이유이죠.”
김윤승 랩에스디 대표(46)는 “전 세계 시각장애인 20%가 중저소득 국가 국민이고 선진국에선 실명자나 시각장애인 비율이 매우 낮다”며 이같이 말했다. 2017년 설립된 랩에스디는 중저소득 국가와 의료 취약지 주민들을 대상으로 예방 가능한 실명을 줄이고 눈 질환 치료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출범한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이다.
중고 스마트폰을 활용한 안저카메라와 눈 건강 정보 시스템, 인공지능(AI) 진단 보조 기능 등을 하나로 결합한 눈 건강 관리 플랫폼 ‘아이라이크(EYELIKE)’를 개발해 운영한다.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도 현지 보건 인력이 안저 이미지를 촬영하고 환자의 진료 연계가 가능하도록 지원한다.
● 눈 질환 검진부터 관리까지 한 번에
김 대표는 2011∼2017년 연세대의료원 국제실명예방사업팀에서 베트남, 방글라데시, 말라위 등 개발도상국의 실명 예방 사업을 담당했다. 그는 “누구나 진정으로 원하는 건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과 오랜 시간을 보내는 것”이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보건 분야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사업을 담당하며 실명에 큰 관심을 가졌다. 당뇨망막병증, 녹내장, 황반변성 등 실명을 일으키는 눈 질환 대부분은 실명까지 오랜 시간이 걸려 적시에 진단을 받고 치료하면 실명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는 “의료 취약지에서는 안과 전문의 부족, 고가의 검진기기, 낮은 병원 접근성, 의료정보시스템 부재 등으로 눈 질환을 조기 발견하고 치료를 받는 게 쉽지 않다. 이를 개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랩에스디는 안저 이미지를 촬영하기 위해 중고 스마트폰의 카메라를 활용해 눈 안쪽 망막 이미지를 촬영할 수 있는 디지털 검안기를 개발했다. 디지털 검안기를 활용하면 기초적인 눈 검진이 가능하다. 김 대표는 “눈 안쪽의 넓은 면적을 찍을 수 있는 카메라 렌즈 개발이 관건이었다”며 “2018년 삼성전자와 ‘갤럭시 업사이클링 프로그램’을 협업해 2년 만에 의료 현장에 투입할 정도의 검안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중고 스마트폰을 재활용한 덕분에 검안기 가격을 기존 검진 기기의 50분의 1 이하 수준으로 낮췄다. 의료 인프라가 열악한 국가에 기기를 안정적으로 보급하고 표준화된 눈 건강 진단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랩에스디가 개발한 플랫폼 아이라이크는 환자 정보 관리, 검진, 치료 연계, 사후 추적이 모두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지역 의료진이 디지털 검안기로 안저를 촬영한 뒤 정밀 진료가 필요하면 병원이나 전문 의료진에 연계한다. 환자 정보와 안저 이미지는 디지털 정보 시스템에 등록돼 의료기관은 환자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를 할 수 있다.
랩에스디는 인도, 베트남, 방글라데시, 모로코, 파푸아뉴기니 등에서 아이라이크를 운영하고 있다. 2021∼2024년 아이라이크를 통해 눈 질환을 진단받은 환자는 4만 명이며, 촬영한 안저 이미지는 7만 장에 달한다. 또 AI 기반 임상의사 결정 지원 시스템을 도입해 질환 의심 사례 분류와 의료진 최종 진단에 활용하고 있다.
● “국제보건 분야 싱크탱크가 최종 목표”
랩에스디는 의료 취약지에서 눈 질환의 검진 접근성을 높이고 저렴한 중고 스마트폰을 안저 촬영 장비의 핵심 부품으로 활용해 자원 순환과 보건의료에 기여했다.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2024년 서울시가 일상에서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창의적인 솔루션을 시도한 디자이너에게 수여하는 ‘서울디자인어워드’ 대상을 받았다.
김 대표는 현재 KAIST에서 소셜벤처 창업가 육성을 위한 ‘임팩트 경영학석사(IMBA)’ 과정을 이수 중이다. 그는 “투자, 리더십, 회사 성장과 관련한 수업을 들으면서 경영학적으로 사업을 전개하는 방식을 배우고 있다”며 “사업을 시작할 때 이런 것을 미리 알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고 말했다. 그의 목표는 랩에스디를 기업 차원을 넘어 국제보건과 국제개발 분야 싱크탱크로 키우는 것이다.
조민영 행복나래 본부장은 “랩에스디처럼 현장의 문제를 깊이 이해하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해결하는 기업이 꾸준히 배출되는 게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사회적 가치와 사업성을 모두 높이는 창업가의 성장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