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꿈이 자라는 식공간
등록일 : 2019-08-27
아동에게 건강한 식사와 함께 그 이상의 경험을 선사할 수는 없을까요? 아이들에게 도시락과 식생활 교육은 물론, 스스로 몰입하며 자신의 적성을 찾아갈 수 있는 근사한 환경을 제공하는 공간이 있습니다. ‘해피라운지@이문238’을 운영하며 아이들의 건강한 삶을 위한 새로운 공간 모델을 제시하는 이재준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아이들의 작업실에서 만나는 행복도시락
“학교가 끝나면 아이들은 마땅히 갈 곳이 없어요. 부모는 아이를 맡길 곳이 없고요. 많은 아이들이 원치 않는 학원을 돌고 있는데, 천편일률적인 학원 교육은 아이들의 소중한 시간을 오히려 빼앗는 측면이 있습니다.”
건축가이자 세 아이의 아빠인 이재준 대표는 2017년 동대문구 이문동에 아이들만을 위한 작업실 ‘이문238’이라는 공간을 열었습니다. 방과 후 아이들이 좀 더 의미 있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를 바라는 아빠의 마음으로 만든 공간입니다. 편안하고 쾌적한 이곳에서 아이들은 자유롭게 재료와 도구를 고르고 자신만의 작업에 몰두합니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무엇이든지 만들고 놀 수 있어요. 이 공간의 매니저는 간섭하지 않고 아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돕고 응원하고 관찰해주는 역할을 해요. 학교나 학원에서는 제공해주지 못하는 이러한 공간과 교육 서비스야말로 모든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년간 무료로 운영했던 ‘이문238’은 2019년 3월 ‘해피라운지@이문238’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오픈했습니다. 명상실, 영상실 조리실 등 공간이 추가됐고, 이 공간을 활용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된 것뿐만 아니라, ‘행복도시락’과 연계해 건강한 식사 서비스까지 제공한다는 점 또한 큰 변화가운데 하나입니다.
건강한 식사와 교육을 위한 지속 가능한 공간
“부모들의 퇴근이 늦어지면서 저녁을 혼자 먹는 아이들이 많아졌어요. 영양 불균형한 식사도문제지만, 관계의 단절도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집이나 식당, 또는 편의점에서 혼자 끼니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편안하고 안정감을 주는 공간 속에서 친구들과 함께 건강한 식사를 한다면, 아이에게 있어 그보다 더 좋은 사회적 경험은 없을 겁니다.”
‘해피라운지@이문238’은 유료 공간으로 전환하면서 자체 수익구조를 확보하는 한편, 행복얼라이언스와 함께 취약계층 아동들을 위한 교육과 식사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결식아동을 위한 급식소 그 이상의 공간을 모색해 온 행복얼라이언스 운영사무국, 그리고 아이들을 위한 최적의 환경과 교육 콘텐츠를 갖춘 ‘이문238’이 만나 의미있는 시도에 나선 것입니다. 지원 대상이 될 취약계층 아이들은 이곳의 모든 공간을 무료로 이용하고, 건강한 식습관을 위한 식생활 교육도 받게 되며, 영양 균형 잡힌 도시락 또한 제공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돌봄, 그 이상은 우리의 책임
“취약계층 아동의 경우, 서울시에서 제공되는 복지카드를 편의점이나 식당 등에서 사용할 수 있어요. 그런데 그 과정에서 아이가 눈치를 보게 되고, 상처를 입는 경우가 생길 수 있죠. 이곳에서는 그럴 염려가 없어요. 모든 지원이 뒷단에서 이루어지니까요. 아이들은 여기에 급식 때문에 오는 것이 아니라, 다른 아이들처럼 똑같이 배우고 놀기 위해 왔다가 저녁까지 먹고 가게 될 겁니다. 취약계층 아동이라는 어른들이 준 굴레가 아이들에게 상처가 되고 차별이 되지 않도록 그 지원 방식을 세심하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해피라운지’ 2호점은 오는 9월 울산에 오픈 할 예정입니다. 편안하고 쾌적한 환경, 영양 균형잡힌 건강하고 안전한 식사, 자기주도적이고 창의적인 교육 콘텐츠 등 아이들을 위한 종합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해피라운지’가 방과 후 아이들에게 사랑받는 지속 가능한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취약계층 아동을 위한 기본적인 케어는 정부가 해야하는 일이라면, 그 이상은 우리 어른들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조금 더 나은 환경에서, 조금 더 나은 것을 경험하고, 조금 더 나은 음식을 먹게 하는 공간이 민간 영역에서도 확대됐으면 좋겠습니다.
해피라운지@이문238 이재준 대표 Q&A
동대문구 이문동에 위치한 ‘해피라운지@이문238’에서 ‘리마크 프레스’의 이재준 대표를 만났습니다. 디자인 스튜디오 같기도 하고, 카페 같기도 한 그곳에 들어섰을 때, 학교를 마친 아이들이 이미 작업실에 자리를 잡고 앉아 저마다의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습니다. 조리실에서는 식생활 교육이 한창이었고, 건물 뒤편으로 펼쳐진 별채에서는 책을 읽기도 하고,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더없이 평화로운 아이들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이렇듯 근사한 공간을 기획한 이재준 대표는 ‘해피라운지@이문238’을 운영하며 그동안 무엇을 느꼈을까요? 그리고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요?
대표님에 대해 간략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건축가이자 초, 중, 고에 다니는 세 아들을 둔 아빠입니다. 건축가로서는 ‘편안함’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작업하고 있어요. 방과 후 아이들을 위한 작업실 ‘이문238’이라는 기획하고 2017년에 문을 열었는데요. 현재는 행복얼라이언스 운영사무국과 함께 ‘해피라운지@이문238’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해피라운지@이문238’에서 아이들은 어떤 시간을 보낼 수 있나요?
무엇이든 만들며 놀 수 있는 곳이에요. 작업실 외에도 음악실, 영상실, 명상실 등에서 자유롭게 읽고 생각하고 보고 쉴 수 있죠. 뒤뜰 야외공간에서 뛰어놀 수도 있고요. 이곳의 유일한 어른인 매니저는 아이의 활동을 간섭하지는 않아요. 다만 아이가 무엇을 했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관찰일지를 쓰죠. 메이킹, 플레잉, 드로잉, 씽킹, 플래닝 등 다섯 가지 카테고리의 교육 커리큘럼은 아이들의 활동을 자극하고 돕는 역할을 합니다.
행복얼라이언스와 함께 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요?
행복얼라이언스 운영사무국에서 저희 쪽에 자문 겸 방문하신 적이 있어요. 결식 우려 아동을 위한 ‘돌봄밥상’을 운영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하고 실험을 해오셨더라고요. 단순히 밥만 먹는 급식소의 한계에서 벗어나 식사 공간 그 이상의 것을 모색하고 계셨어요. 그래서 제안을 했어요. 아이가 급식을 먹기 위해 어떤 장소에 가는 것보다, 이런 공간에 와서 놀고 공부하다가 저녁까지 먹게 되는 것이 훨씬 근사할 거라고. 그렇게 얘기가 시작되었습니다.
행복얼라이언스와 함께 하면서 어떤 변화가 생겼나요?
원래는 작업실과 카페 공간만 있었는데 행복얼라이언스 운영 사무국의 투자로 건물의 뒤쪽 주택들을 리노베이션해 아이들을 위한 공간을 확장했어요. 식생활 체험 프로그램을 비롯해 콘텐츠도 강화했고요. ‘행복도시락’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결식 우려 아동을 위한 행복얼라이언스의 다양한 지원이 해피라운지를 통해 이루어질 거예요.
아이들에게 제공될 건강한 식사와 식생활 교육 관련해서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요즘은 직원들과 함께 ‘행복도시락’의 맛과 비주얼 등을 직접 까다롭게 모니터링하고 있어요. 아이들이 직접 요리하고 함께 나눠먹는 식생활 체험 프로그램도 행복얼라이언스의 지원으로 진행하고 있고요. 앞으로 식사와 관련된 콘텐츠를 더욱 강화할 계획입니다.
‘해피라운지’와 관련해 대표님의 꿈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초등학교 옆에 하나씩 ‘해피라운지’ 같은 공간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공공이 지원하고 민간에서 사회적 투자가 이루어지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공간을 꾸미는데 큰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돼요. 아이들이 친구로 생각할 수 있는 어른 한 사람,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20-30평의 공간만 있어도 아이들의 삶이 바뀔 수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언제든지 오세요.” 요즘, 아이들이 언제든지 갈 수 있는 곳이 없잖아요. 그게 가장 큰 문제예요. 예전에는 친구 집도 가고, 친구가 우리 집에도 오고 그랬죠. 그런데 이젠 집이 그 역할을 못하고 있어요. 갈 곳 없는 아이들에게 언제든지 오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해피라운지’가 지속 가능한 공간이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사회적 관심과 지원은?
오고 싶어도 돈이 없어서 못 오는 아이들이 생기지 않도록 행복얼라이언스와 더 많은 실제적인 방법들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문제는 그 아이들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기 이전에, 가까이에서 함께 하고 있는 어른들의 책임이라 생각해요. 큰 후원과 투자도 필요하지만, 그분들의 자그마한 후원과 응원들이 사회를 더욱 살만한 곳으로 만들고 있다고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