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가 무의미해지는 세상을 위해

등록일 : 2019-06-20

 

홍윤희 이사장이 2016년에 설립한 '협동조합 무의(이하 '무의')’는 장애가 ‘무의미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고 있습니다. 특히 장애인 이동권 콘텐츠에 집중하여 교통약자를 위한 지하철 환승 지도와 더불어 행복얼라이언스와 함께 현장학습 지도 등을 제작했습니다. 홍윤희 이사장은 이베이코리아 커뮤니케이션 부문 이사로 장애용품몰을 운영하며 배리어 프리, 유니버설 디자인으로 만든 다양한 제품을 소개하는 업무도 담당하고 있는데요. 장애인도 당당한 소비자이며, 장애도 섹시할 수 있다고 말하는 그녀에게서는 지치지 않는 긍정 에너지가 느껴졌습니다.

 

 

‘무의’를 설립하게 된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2015년에 스토리 펀딩을 통해서 ‘지민이의 그곳에 쉽게 가고 싶다.’를 시작했어요. 휠체어를 타는 제 딸과 함께 지하철 리프트를 이용하지 않고도 환승할 수 있는 경로를 알려주기 위해 시작한 프로젝트였죠. 지하철역 현장에 스티커를 붙여서 안내해보려고 했는데 스티커 부착이 금지라는 거예요. 그래서 지도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미국 20개 주를 휠체어로 여행한 하버드대 한인 장애 학생 김건호 씨와 의기투합해 ‘무의’를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지도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무의’는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요?

 

서울 지하철 교통약자 환승 지도를 제작하고 있는데, 현재까지 서울 지하철 41개 역에 198개 구간의 환승 지도가 완성됐어요. 계원예술대학 김남형 교수님, 학생들, 서울디자인재단과 함께 프로토 타입을 만들어냈죠. 프로토 타입이어서 많은 이미지를 올리면 로딩 속도가 느려지는 문제가 있어 기술적 방안을 찾고 있는 중이에요. 행복얼라이언스와 함께 ‘서울시 지하철로 갈 수 있는 휠체어 현장학습 경로 지도’도 제작하고 있어요. 아이들이 자주 가는 현장학습 장소를 중심으로 휠체어 이동 경로를 짜는 프로젝트예요. 행복얼라이언스의 회원사인 한미글로벌 임직원과 시민봉사자들께서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밖에 ‘휠체어 타고 부산 여행’ 같은 다양한 영상 콘텐츠들도 만들고 있고요.

 

 

‘무의’의 활동으로 어떤 크고 작은 변화가 생겼나요?

 

지하철에 많은 정말 안내문이 생겼어요. 유동 인구가 많은 동대문역사문화역과 잠실역 등에도 휠체어나 유모차 이용자를 위한 안내가 미흡했는데, 많이 개선이 됐어요. 휠체어 눈높이의 안내판도 왕십리역 등 다수의 역에 설치됐죠. 올해 초에는 왕십리와 상계를 연결하는 동북선 경전철 설계를 위한 자문 요청도 받았어요. 설계 단계부터 관련 활동을 해왔던 사람들을 참여시키는 것은 분명 긍정적인 변화라 생각합니다.

 

 

교통약자 환승지도가 추후 어떻게 활용되기를 바라나요?

 

지금은 그림 형태의 지도인데, 업데이트가 쉽도록 데이터화해 여러 곳에 제공하고 싶어요. 네이버지도, 카카오지도, 또타지하철(서울교통공사가 제공하는 노선 정보 확인, 민원 신고 등이 가능한 앱) 등 많은 서비스에서 ‘무의’ 데이터를 활용했으면 좋겠어요. 궁극적으로는 ‘무의’가 만드는 지도 자체가 필요 없게끔 만들고 싶어요. 현장에 충분한 인프라와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면, 휠체어 눈높이와 동선에 맞는 안내문이 잘 부착되어 있다면, 굳이 환승 지도가 필요 없겠죠.

 

 

장애인 이동권 콘텐츠 관련해 특별한 계획이 있다면?

 

딸이 다니는 학교에는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십여 명 있어요. 평소 함께 어우러져 생활하니, 아이들에게 장애에 대한 인식 개선 교육이 따로 필요 없더라고요. 어릴 때 환경이 중요하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카카오프렌즈와 같이 아이들에게 친숙한 캐릭터에 휠체어나 지팡이 등을 함께 노출해보고 싶어요. 장애인도 우리 친구이고, 당당한 소비자라는 걸 어릴 때부터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수익구조가 없는데도, 무의를 통해 ‘봉사’하는 이유는?

 

어느 날, 우리 딸이 자기가 좋아하는 아이돌 가수의 지하철 광고를 다 봐야 한다고 말하더라고요. 여러 역에 설치가 돼 있는 광고판인데, 그걸 어떻게 다 보려고 그러냐고 물었더니, ‘엄마, 무의 환승 지도가 있잖아!’라고 얘기하는 거예요. 딸에게 정말 고마웠고,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저는 딸을 통해 남들에게 없는, 세상을 보는 두 개의 눈을 선물 받았어요. 제가 이렇게 활동할 수 있는 원동력은 바로 제 딸이에요. 지금 하는 일은 저에게 봉사가 아니에요. 제가 없더라도 딸이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니까요.